<숙향전> 에세이: 여인의 사랑에 숨겨진 욕망

도서 비평리뷰

by 신비의 속삭임 2020. 6. 23. 01:30

*해당 글은 작성자의 개인적인 견해를 담은 에세이입니다.

*이 글은 <숙향전>의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리뷰에 사용된 모든 사진의 출처는 작성자에게 있습니다.

1. 조선에서 태어난 선녀, '숙향'

맑을 숙, 향기 향. 아들이 아니라 실망스러웠지만, 옥골선풍(玉骨仙風)이 비범하게 탈속(脫俗)하여 자(字)를 월선궁(月仙宮)이라고 지은 조선의 한 여인.

맑고 향기롭다는 어떻게 보면 평범하기도 한 이름을 가진 그녀는 중국의 한 선비인 ‘김전’ 슬하에 무남독녀로 태어나게 된다.

애정소설이자, 영웅소설인 <숙향전> 내에서 주인공 숙향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로 작용하는가?

나는 숙향이 끝내 쟁취하는 사랑 뒤에, 그녀의 서툰 욕망이 감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숙향은 왜 작품 속에서 선녀로 설정되었으며, 그녀가 욕망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이제부터 소설 속 주인공인 숙향의 마음을 따라가,

그녀의 욕망에 대해 한 번 파헤쳐보기로 한다.

2. 이선과의 만남과 그 의미

작중에서 뛰어난 문장가로 등장하는 이선은 숙향의 ‘수’ 솜씨에 감탄해 그녀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다. 이는 숙향이 가진 비범한 능력 중 하나에 속하며, 그를 만나기 전 숙향은 부모와 전쟁을 겪고 헤어지는 등 지나치게 큰 시련을 여러 번 겪는다.

어찌보면, 이선과의 사랑은 숙향에게 달콤한 사탕과도 같을 것 같다. 그와의 사랑은 마치 시련을 겪은 후, 다가오는 보상과 비슷하다. 그녀의 모든 인생은 마치 이 순간을 위해 있었던 것처럼, 황홀한 느낌도 들 것이다.

하지만 이도 잠시, 그와의 만남은 그녀에게 더 큰 시련을 가져온다.

이선이 그림 속에서 들고있는 것은 숙향과 그를 인연맺게 해준 '수'. 오른쪽의 사탕은 그를 비유한 그림이다.

숙향에게 사랑은 독이 든 사탕과 같다. 언뜻 보면 달콤해보이고, 정말 맛있어보이지만 결국 그것은 다시 그녀 자신을 위험에 빠지게 한다. 이선의 아버지 ‘이상서’는 숙향을 옥에 가두고, 심지어 숙향의 아버지인 김전에게 그녀를 죽이라고 사주하기도 한다.

행복을 눈앞에 두고 좌절하는 숙향의 마음은 어떠하였을까?

그녀에게 사랑은 마치 시험하는 과정 그 자체와 같다. 영웅이 성취감을 얻기 전, 마주하는 가장 큰 사약과도 같은 것이다.

3. 성취와 신분 상승에 대한 욕망

작품의 배경은 중국으로 등장한다. 이는 조선시대 당시 양가 여성들의 삶의 소망이 녹아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비록 조선에서는 성취감을 얻지 못하는 생을 살고 있지만, 중국으로 대표되는 다른 세계에서는 자유롭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연애도 하고, 인생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자신을 내세우며 시련도, 고통도 경험하여 성취하는 삶을 살고 싶은 소망이 반영된 것이다.

숙향이 천상계의 선녀라는 설정도 위와 동일한 지점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좌: 지상계에서 고생을 하던 숙향은 결국 선녀가 되어 천상계로 올라간다.

과거에는 애정소설로, 현대에는 로맨스 판타지라고 불리는 소설의 한 장르는 기본적으로 여성의 신분상승 욕망을 전제로 하는 장르이다. 시대를 불문하고, 여자가 주인공인 대부분의 애정소설은 신분이 높고 훤칠한 남성과의 결혼과 백년해로의 가약으로 끝을 맺는다.

우리는 이선이 왕이 되고 숙향이 부인이 되어 선계로 함께 올라간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왜 숙향은 선녀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선계로 올라가지 않을까? 숙향전에서 이선과 숙향의 사랑이 주요 내용이기는 하지만, 숙향이 혼자 선계로 올라가는 결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숙향에게 이선과의 만남과 사랑은 선계로 가는 일종의 신분상승의 한 의례로 작용한 것이다.

좌: 신분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천상계의 선녀' 설정

4. 숙향의 서툰 욕망에 대하여

우리는 함께 작품 <숙향전> 속 숙향의 깊은 마음 속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처음 언급했던, 그녀와 이선의 사랑 뒤에 숨겨진 그녀의 애정에 대한 성취욕, 신분 상승의 욕구 등을 한 번 추리해볼 수 있었다.

이러한 그녀의 욕망은 어쩌면 조선시대의 평범한 한 여인이 매일 아침 길거리를 거닐며 가졌던 생각일지도 모르며, 그 여성의 꿈에 나왔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독자로써 숙향의 비범함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그보다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평범한’ 한 여인으로서 서툰 욕망을 수줍게 내비치는 숙향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