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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리뷰: 우리의 시간은 푸른색이다

영화 비평리뷰

by 신비의 속삭임 2019. 10. 10.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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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은 작성자의 개인적인 견해를 담은 리뷰입니다. 

*무단 배포 및 수정, 복사 붙여넣기 금지. 모든 저작권은 작성자에게 있습니다.

*이 글은 영화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의 내용 일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리뷰에 사용된 모든 사진의 출처는 원 제공자에게 있습니다.

 

 

 

 

 

 

 

 

1. 영화의 배경, 도쿄.

 

 

 

 화려하고 반짝이는 조명 아래서, 일이 끝난 도쿄의 이들은 모두 즐거운 척 하며 어두운 생각과 표정을 감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사랑을 한다. 어두운 생각들 사이에 반짝이는 눈동자들이 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도시, 도쿄는 이렇게 밝으면서도 어둡고, 어두컴컴하면서도 밝은 도시이다.

버스 정류장에서는 모두 휴대폰만 본 채, 고독을 원하지만, 때로는 신지처럼 자신이 좋다는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따스함을 원한다. 하지만, 가끔씩은 미카처럼 그런 의미 없는 연애를 비웃기도 한다. 외로우면서도 따뜻하고, 따스하면서도 외로운 양면을 모두 가진 이중적인 도시. 어디에서 이 도시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느끼는 점이 달라지는 풍부한 감정을 가진 도시, 우리의 서울과 많은 공통점을 가진, 도쿄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도쿄의 야경.

 

 

 

 

 

2. 군중 속의 고독과 죽음

 

 

 

 

“죽음이라면 고독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잖아.”

 

 

 

 미카는 자신과 호감 관계를 갖던 일용직 청년 토시유키가 갑작스레 죽자, 그의 친구였던 신지에게 이런 말을 한다. 언뜻 스쳐지나가는 일상적인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뼛속 깊이까지 와 닿는 대사이다.

 

 도쿄는 고독이 가득한 도시이다. 언뜻 보기에 다들 굉장히 유쾌해 보이고 고독을 즐기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도쿄에 사는 많은 이들은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낀다. 문득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비행선이 떠다니는 것을 보며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버스킹하는 길거리의 여자에게 관심도 주지 않는 것에서 고독을 느끼기도 하며, 자신과 방향이 다르게 걸어가는 사람들의 무리를 보며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원했던) 고독 속에 갖혀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한다. 미카와 신지도 그런 고독을 견뎌내지 못하는 도쿄의 사람들에 속한다.

 

 

 그래서, 이 영화 속에서는 그 고독을 견디지 못해 죽음을 택한 사람들도 보인다. 가령 신지의 옆집에 사는 한 노인의 경우, 책을 빌려주는 신지를 제외하고는 만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결국, 그는 고독사로 사망을 하고도 이틀이 지나서야 이웃 아주머니들에게 발견되게 된다. 고독은 죽음과 자주 연관성을 지닌다. 특히, 고독은 잊혀진다는 점에서 죽음과 비슷하다. 그렇기에, 미카에게 상대방의 ‘죽음’은 ‘언젠가는 버려지는 것’이다. 어린 시절 경험한 엄마의 자살이 미카에게는 ‘버림받은 것’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명확히 다른 삶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미카와 신지이지만, 둘은 일로 반복되는 삶 속에서 느끼는 ‘고독’이라는 감정을 중심으로 서로의 공통점을 찾게 되고, 점차 상대방의 시야를 이해해나기 시작한다.

그들이 같은 계단에 앉아서, 함께 ‘최고 밀도의 푸른색’인 대도시의 밤하늘을 관측하기 시작한 것이다.

 

좌 미카, 우 사지. 둘은 우연히 지나가는 행적이 겹쳐 자주 만나게 된다. 이때부터 이들의 인연이 시작된다.

 

 

 

 

 

 

3. 고독과 연애

 

 

 

 

“연애를 하지 않으면 미쳐버리잖아, 인간은. 정말 바보라니깐.”

 

 

 

 

 미카는 토시유키의 죽음 이후, 연애라는 것에 환멸을 느낀다. 신지와 데이트를 할 때에도, 사람들이 하는 연애는 형식적이며, 거기서 어떻게 사랑을 느끼는지 모르겠다고 하기도 한다.

“사랑은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을 죽여 와서, 피냄새가 난다.”라는 말은 연애에 대한 미카의 거부감을 보여주기에 제일 적합한 말이다. 사랑으로 정당화되는 외로움, 고독. 그리고 감정의 혼돈. 아마 미카는 사랑이 마치 모든 것을 정당화시키는 것 같은 모습에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우리에게 닥친 좌절과 고독함은 큰 장벽이 되어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데, 바보같이 사랑으로 그걸 회피하거나,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어리석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미카는 신지와의 연애와 결혼을 선택한다. 우리의 앞에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 모르고, 내일 아침에 갑자기 죽어버릴 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서로를 좋아하는 현재의 감정에 충실하고 싶다는 신지의 말을 받아들인 것이다. 연애로 인해 그녀의 고독과 좌절이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또 그녀의 표현에 의하면 언젠가는 서로에게 버려질지도 모르지만, 소극적으로 사랑을 속삭이면서 다가가는 것이 지금의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연애를 하면 최소한 자신의 속마음에 솔직해지고, 자전거를 타고 캄캄한 어둠 속을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미카가 본 비행선의 모습. 

 

 연애가 미카에게 주는 영향이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은 수미상관으로 이어지는 비행선 씬이다. 영화의 시작인 비행선을 처음 보는 장면에서, 미카는 고독이라는 단어밖에 떠올리지 못한다. 그러나, 영화의 결말 부분에 이르러 신지와 결혼을 약속하게 된 후 본 비행선에서는 무언가 대단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4. 밤하늘은 왜 짙은 청색일까.

 

 

 

 영화를 보면서 제일 중점에 뒀던 부분은, 왜 도쿄의 밤하늘을 가장 짙은 청색이라고 표현했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었다. 신지는 미카를 만나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길에서, “달이 파랗다”고 하며 하늘의 색에 처음으로 의문을 갖는다. 이후, 미카의 시골집에서 같이 자전거를 탈 때는 하늘이 파랗지 않다며 놀라는데, 이에 미카는 “도쿄에는 어둠이 없어서 그래.”라고 대답한다.

 

대화를 마치고 헤어지는 마키와 신지.

 

 도쿄의 밤하늘이 캄캄한 암흑이 아니라, 비교적 밝은 이유는 시골과 다르게 사람들이 밤에도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공허함을 느낄 지라도, 도쿄의 사람들은 인적이 붐비는 곳으로 모이게 된다. 그들은 결국 혼자만의 어둠을 견딜 자신이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길,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게 되어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연애에 집착하게 된다. “의미 없지 않아? 누군가와 헤어졌다 만나길 반복하는 거.”라고 종종 말하는 미카조차 마지막에는 신지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인정하고, 결혼을 택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처럼.

 

 

 제목의 그 ‘푸른 빛’도 결국 밤의 고독과 어둠을 홀로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술집, 거리로 모여들면서 비추는 빛으로 인해 밝아지는 하늘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밝은 청록색, 즉 연한 푸른색은 종종 청량한 여름 하늘의 상쾌함을 표현하는 색으로 언급되기도 하지만, 거기서 더 탁해지면 대도시의 야경의 색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혼자만의 어둠을 견딜 수 없어서, 우울함을 견딜 수 없어서 불빛을 키며 밤을 살아가는 도쿄인들의 모습은 우리와 닮아있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푸른빛의 필터를 사용하여 이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5. 우리의 시간도 짙은 청색.

 

 

 

 많은 기성세대들이 “청춘은 푸르다”는 문구를 즐겨 쓴다. 청춘은 활기차고, 열정이 넘치며, 매사에 밝은 기운과 새로운 경험들이 넘쳐서 청록색을 띈다는 비유적 표현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 ‘청색’을 다른 의미로 표현하였다. 여기에서 쓰인 청색은 우울함과 좌절감을 뜻한다. 도쿄의 밤하늘에 그 짙은 청색을 빗대어, 도시의 우중충함,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의 몸부림, 그러나 그렇게 달갑지는 않은 군중 속의 고독함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영화의 등장인물은 우리와 굉장히 동떨어진 상황에 놓인 사람들 같지만, 결국 느끼고, 공유하며 생각하는 것은 청년세대인 우리와 비슷하다. 누구나 밤하늘을 보며, ‘도시의 하늘은 참 밝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우리의 생각을 미카와 신지라는 두 등장인물로 타자화시켜 관찰하는 것뿐이다.

그렇기에, 고뇌와 좌절로 가득 찬 우리의 시간 또한, 짙은 청색을 띈다.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신지의 대사 한마디이다.

“미래는 모른다고 치자. 그렇지만 우리는 지금 사랑을 하고 있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 단 한마디로 정리된다.

그렇게 우리는 죽기 전까지 짙은 청색을 띄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런 우리에게는 지금 사랑이라는 희망이 있다.

도쿄의 밤하늘도, 서울도 밤하늘도, 더 나아가 전 세계의 모든 젊은이들이 보는 밤하늘도 짙은 푸른색으로 빛날 것이고, 끊임없는 고뇌를 하겠으나, 결국 우리는 그 밤하늘에 아름다움을 느끼고 희망을 찾을 것이다.

시인 ‘사이하테 타히’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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